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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패러다임 시대] (上) '두뇌' 없는 한국 제조업

category Life 2009.06.09 18:17



삼성, 휴대전화 모델 100개 쏟아내지만…

SW 강한 애플, 모델 단 2개로 수익 더 짭짤

애플 스마트폰 급성장… 영업이익률 삼성의 2배 수준

한국, 제조기술 뛰어나지만 SW 대부분 수입 ‘성장 한계’


삼성전자는 중국 베트남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매년 100가지 이상의 새 모델을 쏟아낸다. 연간 2억 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해 핀란드의 노키아에 이어 2위다. 반면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든 애플은 자체 생산시설이 없다. 지금까지 내놓은 모델도 고작 두 개뿐이고 생산량은 삼성전자의 11% 수준이다.

이런 애플이 차세대 휴대전화로 꼽히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톱3’로 뛰어올랐다. 휴대전화를 내놓은 지 2년 만이다.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의 2배에 이른다. 전체 생산 규모는 아직 상대가 안 되지만 시장의 주도권이 애플로 넘어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애플이 급성장한 데는 게임 등의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사고파는 온라인장터 ‘앱스토어’를 개설한 게 컸다. 소프트웨어가 워낙 풍부하게 공급되다 보니 고객들이 아이폰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김성조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애플의 성공 비결은 하드웨어에 매달렸던 기존 휴대전화업체와 달리 소프트웨어에 주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휴대전화 경쟁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차세대 휴대전화를 둘러싼 경쟁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앱스토어’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 개방형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를 내세운 구글, ‘윈도CE’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 공개 OS인 ‘리눅스’를 지원하는 인텔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휴대전화 1위인 노키아의 경쟁력도 휴대전화 OS인 심비안과 온라인장터인 ‘오비(Ovi)스토어’를 앞세운 소프트웨어다. 이들은 휴대전화와 PC, TV를 하나로 묶는 ‘3스크린(three screen)’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소니에릭손, 모토로라 등 휴대전화 2∼5위 업체들은 이 가운데 어느 곳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PC제조업체인 델이나 HP, 에이서, 아수스, 도시바 등이 소프트웨어 업계와 손잡고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휴대전화가 점점 더 PC를 닮아가면서 시장의 핵심 경쟁력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지 못하면 부가가치를 소프트웨어에 빼앗긴 채 껍데기만 만드는 회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휴대전화 자체는 중국 업체들이 사흘이면 복제해 버리지만 애플이 구축해 놓은 인터페이스나 솔루션은 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비중 갈수록 높아져

독일 BMW는 2001년부터 ‘BMW 카 IT’라는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동차 제조에서 혁신의 90%는 소프트웨어가 결정한다”고 공언한다. ‘달리는 전자제품’인 자동차는 70여 개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곳곳에 들어간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늦어지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자동차 출시 자체가 지연된다.

BMW 외에도 벤츠, 도요타, 닛산 등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를 설립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위프로나 새티암 등이 이탈리아 페라리 등과 손을 잡는 것처럼 소프트웨어와 자동차업체의 수평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아예 자동차를 PC처럼 표준화해 어떤 소프트웨어든지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BMW와 폴크스바겐 GM 등이 주도하는 ‘AUTOSAR(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가 대표적이다. 닛산과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도 이와 유사한 ‘JASPAR(Japan Automotive Standard Platform and Architecture)’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제조업도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선산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요가 늘고 전자항법 체계가 표준화되면서 설계, 건조, 운항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신형 전투기인 F-22에 들어간 기술 가운데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80%에 이른다.

○ 손놓고 있는 한국

시장조사기관인 VDC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기업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신 54.3%, 자동차 52.4%, 전투기 51.4%, 의료기기가 40.9%에 이른다. 그만큼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의 제조기업들은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지적재산권, 인력, 투자 등 모든 면에서 뒤처져 있다. 대표적 수출품인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모바일 브라우저, OS, 문서 뷰어 등은 일본의 악세스, 핀란드의 노키아, 미국의 MS, 어도비 등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홍상균 수석연구원은 “한국 자동차제조업체는 대부분 외국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고 있고 ‘AUTOSAR’ 같은 개방형 프로젝트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산업도 선박 건조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지만 우리는 아직 구시대에 매몰돼 있다”며 “최고의 통신 환경과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출처 : http://www.donga.com/fbin/output?rss=1&n=2009060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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